왜 외고생은 어문계열로 진학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2019. 11. 9. 12:13기타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02/2019100200699.html

 

외고 어문계 진학률 30~40%... 과고는 96% 이공계 진학

외국어고등학교 졸업생 중 대학에서 어문계열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이 최근 4년간 30~4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고 졸업생 중에선 96%..

news.chosun.com

최근 특목고에 대한 이슈가 뜨겁습니다.

 

외고를 졸업한 사람으로서, (저는 공대를 진학하였고, 지금도 IT 쪽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외고를 졸업했으면 어문계열을 가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매우 답답함을 느낍니다.

 

외고는 일반 고등학교와 달리, 외국어 수업량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지금은 달라졌겠지만, 제 경우는

일주일에 영어 관련 수업이 10시간, 제2외국어 관련 시간이 10시간, 제3외국어 관련 시간이 2시간 정도였습니다.

(제 기억이 정확하진 않을 수 있지만, 대략 이 정도 양이었습니다.)

 

엄청난 양이죠? 하루 8교시라고 하면 일주일에 40교시 정도인데, 그중 절반 정도가 외국어 수업이었던 셈입니다.)

 

저는 당시 일본어에 관심이 있었고, 고등학교 3년간 일본어 하나는 확실히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외고를 진학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도 업무에 있어서 일본어는 대단히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어일문학과로 진학을 했어야 할까요?

 

외국어 고등학교는 '외국어 인재'를 양성하는 곳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외국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면 되는거죠.

 

외국어는 무슨 일을 하든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조수단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어문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이들은 소수이며,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요.

 

사실 어문계열만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에게도 여러 논리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는 '외고생들은 나름 혜택을 받는 게 있으니, 대신에 어문계열만 가는 제약도 감수해라!'...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을 가하게 되면, '외국어를 어린 시절에 빨리 익혀서 무슨 일을 하든 '선생님이 되는, 엔지니어가 되든, 공무원이 되든' 외국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 버릴 수 있습니다.

 

물론 외고를 입시 사관학교로 보고, 오직 그만을 위해서 외고로 진학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들의 경우, 앞서 설명한 대로, 타과목 대비 강제적으로 외국어에 시간을 투자해야만 하는 '제약'이 가해집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들의 외국어 능력은 자연스럽게 키워집니다. (애초에 입시를 위해 온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게을리 하진 않을 테고.. 저만큼 외국어 수업을 듣는데, 못하지 않겠죠?)

 

이 와중에도 위의 기사에 있듯, 외고생의 30~40%는 어문계열로 진학을 합니다.

이미 충분히 많지 않나요? (사실 저는 너무 많은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 비율은 줄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문계열 진학을 주장하는 분들은 대한민국을 어문학의 세계 최고봉으로 만들어야 하는 목적이 있기에 외고생의 어문계열 진학을 강요하시는 건가요?

오히려 이 때문에, 일반고 졸업생 중, 어문계열로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참고로, 과거에는 외고 졸업생이 어문계열로 진학 시, 혜택을 준 적도 있었습니다. 학교 내신으로 내신등급을 결정하지 않고, 수능성적을 가지고 내신등급을 매긴 것이죠.. 어문계열로 진학하는 경우에 한해서요... -

그 덕분에 내신은 최하위권이었던 학생이 수능은 고득점을 하여.. 높은 내신등급을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은 지금은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야말로, 외고에 대한 '혜택'이었고, 지금은 없어진 셈인 거죠..)